지난 10월 중순부터 저는 본격적인 프로젝트 시작을 위해 개발자 팀원을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렛플 이라는 사이드프로젝트 팀빌딩 커뮤니티를 통해 4-5분의 개발자 분과 커피챗을 진행하게 되었고, 그 중 두 분 (백엔드 개발자 1분 그리고 iOS 개발자 1분)과 함께 팀을 꾸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기획 3명, 디자인 1명, 개발자 2명, 총 6명의 인원으로 팀이 출발했습니다.
사실 처음 사람을 구할 당시에는 정말 아무나 상관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구든지 팀에 합류하여 작업만 해준다면 감사하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러나 그 생각은 곧 틀린 생각이었음을 이후 과정에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10월 말 팀빌딩이 완료된 이후, 제가 개인적인 일로 한 열흘 간 프로젝트와 관련된 일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저를 제외한 다른 기획팀 멤버들 또한 각자의 현업(인턴 혹은 학업)이 있었고, 또 이러한 IT 서비스를 기획해본 경험이 없었기에 그 기간동안에는 작업이 도저히 진척되지 않았습니다. 거기다 기획팀 내부에서 아이템 피봇팅에 대한 논의도 길어졌었기에 더욱 프로젝트는 아무 진척 없이 지연되기만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획팀 멤버 1명이 이탈하기도 했습니다.
오랜 기획팀의 논의 끝에, 프로젝트는 결국 기존의 아이템을 간소화하여 가져가기로 결론지어졌고 저는 11월 초중순이 되어서야 서비스 메뉴 구조도를 미로에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까지 서비스의 기능은 전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있지 않았었기 때문입니다. 기획팀 회의가 무슨 학교 팀플 마냥 진행됐었습니다.
이후에는 서비스 (어플) 화면 디자인 레퍼런스를 찾아 정리했습니다. 저는 특히 메인화면의 패턴을 카드형으로 가져가고 싶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디자이너님과 몇 번 회의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11/26(토), 기획자와 디자이너, 개발자가 처음으로 모두 모여 온라인으로 첫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기획자, 디자이너를 통틀어 개발쪽 지식이 있는 사람은 저 뿐이었기에 제가 주로 회의를 이끌었는데, 어째 첫 번째 논의 주제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습니다. 백엔드 개발자분과 계속해서 말이 통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와 그분 서로가 계속 다른 말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찌어찌 첫번째 논의 주제는 마무리하고, 두번째로 개발 일정에 대해서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개발자분들과 디자이너분께서는 공통적으로 현재 서비스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는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더군다나 저희 기획팀이 올해 크리스마스 때까지 (회의 시점으로부터 한 달 뒤) 베타 서비스를 출시하고 싶다하자 (지금 생각해보면 터무니없는 일정이었던 것 같긴 합니다...) 굉장히 부정적인 스탠스로 개발 일정을 지적하셨습니다.
사실 저는 특정 기능 하나하나에 소요되는 개발 시간 등에 대한 감이 부족했기에 그래서 개발자분께 오히려 어떻게 개발 일정을 잡아야할지 여쭈었으나, 개발자분들께서는 먼저 서비스 범위를 축소해온 것을 봐야지 알 수 있겠다는 답변만 반복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개발자분들의 도움 없이는 이러한 (기획자)개발 일정 수립과 (개발자)지적의 과정이 무한번 반복될 것이라는 생각에 답답한 마음이 들 뿐이었습니다. 또한 무언가 계속해 지적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며 저는 혼이 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회의 마지막 쯤, 백엔드 개발자분께서 프로젝트의 목표에 관한 질문을 하셨습니다. 회의 당시 저는 본 프로젝트를 단순 토이 프로젝트가 아닌 하나의 사업으로서 발전시키고 싶었기에, 사업성 검증을 프로젝트의 1차적인 목표로 보고 있다 말씀드리며 스피드를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어렴풋 내년 초까지 진행해보고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아이템을 전환할 것이라는, 지금 생각해보면 다소 무책임한 발언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개발자분께서는, '그렇게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면 참여한 개발자나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시간을 낭비한 것이 되지 않는가' 라며 프로젝트의 목표에 대한 명확한 방향 설정의 필요성을 제기하셨습니다. 또한 스피드를 강조한다면서 왜 굳이 크로스플랫폼이 아닌 iOS와 Android를 따로 가져가는지, 그리고 현재 한국은 Android가 iOS보다 사용자 수 비중이 높은데 왜 iOS 개발만 진행하는지 등에 대해 청문회마냥 질문하셨습니다. 저는 일단 오늘 회의 때 나온 내용들을 정리하여 다시 말씀 드리겠다고 마무리한 뒤 회의를 종료했습니다.
그렇게 회의가 종료되고 저는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첫 번째로는 팀원과의 핏 측면에서, 처음 개발자를 구할 당시에는 사이드 프로젝트 목적으로 참여하든 창업을 목적으로 참여하든 아무나 상관없다고 생각하였는데 막상 프로젝트를 시작해보니 그 둘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 자체도 제가 서비스 개발이 하고 싶었던 것인지, 혹은 사업이 하고 싶었던 것인지 혼동되었습니다. 그리고 만약 후자라면 지금의 이 분들과 함께 하는 것은 서로에게 시간낭비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로 개발 언어 측면에서, 초기 팀에게 더 적합한 개발 방식을 찾아보지 않고 이전의 경험에 안주하여 당연히 네이티브앱으로 개발할 생각을 한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됐습니다. 사실 찾아보니 저희 팀에게 더 적합한 방식은 네이티브앱이 아닌 하이브리드 앱이었습니다. 저희 팀에게는 안전성이 높은 앱보다 빠르게 구현가능한 앱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이전 IT동아리에서 네이티브앱으로 개발했었기에 당연히 다른 앱은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아니 다른 앱 구현 방식이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제 자신의 나태함을 반성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위 두 가지 측면에서, 지금의 개발자 팀원분들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그렇게 팀은 해체수순을 밟게 되었고, 기획 2명과 디자인 1명만이 남아 다시 머리를 맞대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제잘제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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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스토리. 팀명과 서비스명 모두 (이탈한) 前팀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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