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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기억해두고 싶은 생각들

실패를 통과하는 일 (3) 누가 뭐래도,

by 브라이티 2026. 2. 23.

이 글은 지난 글들의 시리즈이자, 마지막 글이다.

지난 글 목록 

https://dhdbsrlw.tistory.com/70

 

실패를 통과하는 일 (1) 예상과 현실의 낙차

최근 '실패를 통과하는 일' 이라는 책을 읽고있다.해당 책 저자의 생각이나 비평들을 평소에도 관심 있게 지켜보았기에 그 연장선으로서 찾게 된 책이었으나 (그래서 나는 '저자 박소령' 으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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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dhdbsrlw.tistory.com/72

 

실패를 통과하는 일 (2) 최악에 대한 가정

영원을 꿈꾸던 널 떠나보내고슬퍼하던 날까지도 떠나보냈네오늘의 나에게 남아있는 건피하지 못해 자라난 무던함뿐야그곳의 나는 얼마만큼 울었는지이곳의 나는 누구보다 잘 알기에후회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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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dhdbsrlw.tistory.com/75

 

My First Rebuttal

*미주알고주알 하소연하는 글 상상 이상으로 힘들고, 외로운 시간이었다.여러번의 Submission 을 거듭하며, 내게 한번의 Rebuttal 기회라도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제대로 반박 내지,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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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적이 일어났다.

지난 몇달간 이야기하던 나의 첫 1저자 논문이 Accept 되었다✨!

 

 

이번 Acceptance 는 단순한 성취 이상으로, 정말 내게 큰 의미를 갖는다. 사실 Rebuttal 이후 최종 결과를 기다리는 한 달 동안 심적으로 많이 힘들게 보냈다. 리뷰 점수가 안정권이 아니었던 탓에, (사실은 오히려 부정적인 편에 가까웠다.) 교수님을 포함한 주위의 모두가 이 논문을 잠정적 Reject 으로 생각하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특히 내 멘탈을 크게 흔들었던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결과 발표 일주일 전쯤 (여러 명이 함께 들어가는) 연구미팅에서 지도교수님께서 내게 앞으로의 연구 계획을 물으시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제가 봤을 때에는 CVPR 은 잊어버리고 가야할 것 같아요.

 

이 말을 듣고, 처음엔 얼마나 서럽고 속상했는지 모른다. 사실 객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붙을 확률보다는 떨어질 확률이 훨씬 높은 상황인 것은 맞았다. 일반적으로 평균 4점 이상은 되어야 안정권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내 평균 점수는 3점이었다. 평균 4점에 조금도 아닌, 한참 모자라는 점수였다. 나도 머리로는, 이성적으로는 내가 처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그것도 철저히 내 편이자 나를 지지해주는 (그렇게 믿고 싶은) 사람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돌곶이역에서 저 말을 들은 후 (온라인 회의 중이었다.), 펑펑 울며 학교에 갔던 기억이 선명하다. 

 

멘탈 털릴 때 종종, 이 짤을 떠올렸다.

 

발표 며칠 전에는, 이전에 받았던 AAAI Rejection 이메일을 다시 열어 읽어봤다. 다시 한번 "We regret to inform you ..." 라는 메세지를 마주치지 않을지 막연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러나 만약의 Reject 에 대비하여, 나름대로 멘탈을 무덤덤하게 관리하고자 하는 목적에서였다. 혹시 다시 마주하더라도, 이전처럼 울지 않기 위해.

 

Decision Notification 며칠 전부터는, 마치 어린아이가 된 것 마냥 앞으로 몇 밤을 자야 결과 발표가 나는지 세며 그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해) 한국시간 기준 그 다음날로 넘어가는 새벽에 Decision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발표 전날 굉장히 떨리고 두려운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 결과 발표는 그 다음날 새벽이 아닌 오후 3시쯤 이루어졌다. (그 전까지 레딧을 얼마나 들락날락했는지 모른다.) 

 

Accept 메일을 받고 처음에는 너무 기뻐 방방 뛰었다. 너무 벅차 울 것 같았지만, 실제로 울진 않았다. 그리고 든 생각은, 통쾌하다는 것이었다. "그럼 그렇지" 하고 나를 무시했던 수많은 시간들에 대해, 그 사람들에 대해, 통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로운 시간들을 모두 견디고, 마침내 영화처럼 기적같은 해피엔딩을 맞이하게된 것이 너무나 기쁘고 감사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나같이 모두들 (심지어 지도교수님조차) 처음엔 자기가 잘못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만큼 일어나기 힘든 일이, 기적이 일어났다.

 

AI 를 처음 접한건 2023년 3월 (그때는 Transformer 가 뭔지도 몰랐다.), 본격적으로 딥러닝 기초를 공부하기 시작한 건 2023년 8월, 그 이후로 첫 1저자 논문을 탄생시키기까지 2년반 정도가 걸렸다. 그 2년반의 시간 동안, 나는 한 번도 (커리어 패스 측면에서) 성공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Accept 은, 오랜 패배자의 기분을 벗게 해준 첫 성공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성공이라. 네겐 성공이 어떤 의미지? 돈?"
"아뇨. 음. 그럴 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예요."
"그럼 뭐가 성공이지?"
노라는 뭐가 성공인지 알 수 없었다. 오랫동안 패배자가 된 기분으로 살았다.

- 책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중,

 

패배자의 기분, 나는 그 기분을 알 것도 같다.

 

Accept 당일 부모님께도 소식을 전해드리며, 그간의 힘들었던 속마음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엄마가 그간 마음고생 많았겠다 하는데, 슬펐다. 여하튼, 덕분에 가족 외식도 했다.

아쉽게도 스테이크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용서하고
사랑하게 될 거야

 

마침내, 나는 나의 논문과 화해했다.

 

 


*이제부터는 다소 종교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참고로 나는 기독교다.) 

 

어려운 상황 가운데에서도 나는 끝까지 도전했고, 믿었고, 또 열심히 기도했다. 특히 아래 찬양을 들으면서 많이 위로도 받곤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9QwIna4A60)

 

넌 할 수 없다고
세상이 말할 때
주의 오른손이 날 이끄시네

- 찬양 '오 주여 당신 앞에 (기프티드)' 가사 중,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들을 모두 인내하고 마침내, 나는 나의 역전의 하나님을 만났다. Rebuttal 이후 결과를 기다리는 한 달 동안, 나의 연약한 믿음에 대해 회개하는 기도를 많이 드렸다. 보이는 것을 믿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믿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진정한 믿음이라는 점에서, 이렇게 불안해하는 내 자신에 대해 회개했다. 마태복음 14장의(물 위를 걸으라) 이야기도 다시한번 묵상하게 되었다. 이번 Accept 을 보며, 내가 믿는 하나님이 바로 이런 분이시라는 사실에 경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