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을 다 읽어본 지가 오래됐다. 그동안 시작한 책은 많았지만, 보통 초중반까지 읽다 멀어지곤 했다. 하지만, 최근 나의 관심사가 대학원 입시에 집중된 덕인가, 이 책은 그래도 통학길에 오고가며, 알바하는 중간 쉬는 시간에 틈틈히 읽어 약 3주만에 다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읽은 나의 소감을 간단히 정리하면, "사람들이 다 비슷하게 생각하는구나" 이다. 취업과 대학원 사이 내가 했던 고민들,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지만 여전히 남는 "내까짓게 대학원을 가도 될까" 라는 생각들, 무수히 많이 겪는 실패들, 등등 이 모든 것들이 결국 대학원을 준비하는, 혹은 그곳에서 연구하는 모든 사람들이 거쳐왔던 것이다.
이 책은 크게 세 명의 연구자가 쓴 글을 담고 있는데, 나는 아무래도 아직 대학원생은 아니고 대학원을 준비하는 입장이다보니, 가장 그 입장의 글을 많이 담아주신 첫번째 분의 글이 정말 크게 와닿고 많이 공감 되었다. 그리고 유학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인상깊었다. 한편 여러모로 이 책 중간중간에, 대학원 생활에 대해 겁주는 문장들이 많았어서 사실 대학원이 입학이 조금은 두려워지기도 했다.
원래 길게 서평쓰는 스타일은 아니기에, 그리고 시간도 없으니, 인상깊었던 문장들만 조금 적어두려 한다.
사소한 선택의 팁들
1. 엉덩이가 불편한 쪽으로 선택하라.
관성의 편향을 없애려면 조금이라도 '엉덩이가 불편한 쪽', 즉 변화의 쪽에 가중치를 둬서 선택해야 더 공정한 선택의 결과를 낳을 때가 많다는 점을 기억하자.
2. 환상을 깨고 선택하라.
3. 대안 선택을 피해라.
4. 될놈될의 교훈을 기억하라.
대학원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이렇게 늘어난 자율을 어떻게 관리하는가' 이다. 가방끈이 늘어나며 여러분이 얻어야 하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자율을 관리하는 법이다. - 88페이지
대학원에 와서 넘치는 자유에 혹시 당황해하고 있진 않은가? 혹시 누군가가 나의 할 일과 시간표를 만들어주고 그에 대해 평가를 해주길 은근히 바라고 있지는 않은가? 이제까지의 삶이 다양한 사회적 요구에 이끌려갈 수 밖에 없었다면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되찾아 오도록 하자. -92페이지
대학원에서, 특히 1년차 때는 수업, 숙제, 조교, 랩미팅, 저널클럽, 각종 연구실 행사에 시간을 쓰다 보면, 연속적인 시간의 확보가 매우 어려워진다. 논문 좀 읽으려고 하면 처리할 일이 생기고, 실험을 좀 해보려고 하면 수업에 가야 할 시간이고, 데이터 좀 들여다보려면 랩미팅에 들어가야 하고 ... 하는 식이다. - 172페이지
인턴 생활을 시작하며 하루하루가 정말 너무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며, 내가 정말 시간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위 글을 읽으며, 대학원이 원래 그런거구나, 정신을 바짝 차리지않으면 원래 이렇게 끌려다닐 수 밖에 없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내가 요새 하는 생각과 위 글이 너무 비슷했다. 정말 시간 관리가 중요한 것 같다.
이러한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예를 들면 논문 읽기 등) 은 의식적으로 시간을 따로 할애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눈앞에 닥친 일들을 처리하기에 급급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급한 일을 처리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중요한 일의 우선순위가 계속 낮아진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결코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 208페이지
스스로를 한 번 되돌아보자. 지금 이렇게 되는대로 떠밀려 다니면서 대학원 생활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연구를 진행하면서 내가 그 흐름 속에서 한 발짝 물러서서 여유를 가지고,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서 생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218페이지
결국 이 학생은 박사과정을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중도에 그만두어야 했다 ...(이 학생은) 지도 교수의 의견에 '아니오' 라고 해도 된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나중에) 놀랐다고 한다. - 286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