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의 해커톤을 마친 후,
해커톤에서 수상을 했다는 기쁨도 컸지만, 실은 나의 무능력함에서 온 좌절감이 조금 더 컸다.
나는 내 팀원들이 없으면 이 대회에 참가조차 하지 못했겠지만,
다른 팀원들은 나 하나 없어도 큰 문제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그냥 대회 후반부에서는 계속해 들었다.
한편으론 0.5인분도 못하는 것 같은 내가 미안하기도 했다.
2년 전 데이터톤에서 18학번 컴퓨터학과 선배들 버스를 탔을 때와 비슷하게, 혹은 그때보다 더하게 버스를 탔다.
그때는 데이터톤이라 그나마 나도 상당수 기여를 했지만, 정말 이번 해커톤은 처참했다.
2년 전의 나와 올해의 내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와 지금은 대회의 성격이 아에 다르고, 개발을 배운지 얼마 안됐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ML/DL 분야에서 대단히 지식이 많이 성장하게 된 것 같지도 않다.
이것도 작년 한 해 학생회때문에 너무 바빴다는 변명이 통할수 있으려나...
요즘, 나는 잘하는게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어느순간부터 이런 생각이 많이 든다.
나는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으로 남들보다 경쟁력이 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요새 코피가 참 많이 난다. 주에 2-3회 이상씩 날 정도로 코피가 많이 난다.
수업들 사이 쉬는시간에 잠깐 엎드려 자다 일어났는데 코피가 나서 당황한 적도 있다.
매일 1교시 등교를 위해 7시반에 기상하다보니, 5시간 이하로 자게 되어서, 그 영향인 것 같긴하다.
6전공도 꾸역꾸역 소화하며 정말 열심히는 살고 있는데, 손에 잡히는게 없다.
흔히들, 내가 경영학과 본전공에 컴퓨터학과 이중까지 한다고 말하면,
취업걱정은 없겠다는 소리를 많이 한다. 취업 깡패라고.
근데 정작 나는 잘 모르겠다.
이번 해커톤 이후 진로 관련해서 고민이 더 깊어졌다.
참 사람 인생이 알 수 없다.
중학교때까지는 당연히 음악을 전공할 줄 알았다.
고등학교 1학년때까지 성악 전공을 준비했다.
그러다 다 접고 포기하고, 공인회계사가 되기 위해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대학교 2학년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창업가의 꿈을 꿨다.
지금은...? 나도 모르겠다...
경영학과 본전공을 살리기엔, 경영학과 수업을 들은 것이 너무 까마득하다.
무언가 전문성 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그렇다고 재무회계 분야의 일을 하기에는 특히 자신도 없고 능력도 없다.
많이 까먹어서 잘 기억도 안난다.
제대로 경영 전공 공부한 것도 벌써 한 1-2년 전이 마지막이다.
이번 겨울계절은 날로 들었으니...재무회계기준...
그렇다고 컴퓨터학과 본전공을 살리기엔, 난 너무 모지리다.
그나마 노력해서 겨우 평균은 넘게 되었다.
나도 무엇이든 잘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좋은 성과를 내고 싶다.
정확히 말하면,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그렇게 인정받을 수 있는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
말과 아이디어로 승부보는 일보다는 직접 구현하는 일이 더 흥미가 간다.
이를 위해선 정말 많이 공부해야하는데, 졸업까지는 겨우 1년 남짓한 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내겐.
그냥 내 자신에게 너무나 많은 무력감이 드는 요즘이다.
할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인턴 몇 개 떨어져서 더 그런 것 같기도.
공부하자.
공부하자.
말은 그만하고 공부하자.
어제 읽은 책에서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책의 저자가 대학원 진학 후 연구주제를 배정받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 때 자신은 교수의 버리는 카드였다고 한다. 교수도 잘 모르는 신규 주제를 자신에게 배정하고, 교수의 대표 주제는 다른 대학원생들에게 배정했다고 한다.
버리는 카드... 누군가도 나를 이렇게 생각했을까...
버리는 카드가 아닌, 꼭 모두가 갖고 싶어하는 그런 카드가 되고 싶다.
우선 공부부터 해야겠다.
오늘 밤새서 운영체제 텀프할거다.
축제는 갈 수 있을까 과연.
내가 컴과 6전공을 너무 만만히 봤다 흑.